“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It's the economy, stupid.)” 이 한 마디로 1992년 빌 클린턴은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도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걸고 당선됐다. 4년이 지난 지금 이 대통령이 그렸던 장밋빛 전망은 빛이 바랬지만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그 누구도 경제 성장이라는 어젠더를 넘어설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라는 패러다임은 여전히 강력하다. 

선대인 전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를 세우고 낸 첫 책이 “문제는 경제다”다. 이 책에서 선 소장은 한국 경제 향후 10년의 음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대안은 없나. 암담하긴 하지만 원론적이면서도 근본적인 해법이 있긴 있다. 그걸 추진할 정치 세력과 이를 지지할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 끔찍한 묵시록이 현실로 다가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뇌관 첫 번째는 부동산이다. 실거래 가격 기준으로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은 이미 2007년 고점 대비 15~20% 빠진 상태다. 일산과 분당, 평촌, 용인, 산본 등 수도권 아파트 밀집지역은 25~35%까지 빠졌고 2006년 이후 누적 물가 상승률 15%를 고려하면 실질 가격으로 주요 도시 아파트 가격은 이미 40~45%나 빠졌다. 언론 보도에서는 고점 대비 5%라고 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게 선 소장의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이 대세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가장 뚜렷한 징후는 거래량이다. 2000년대 초반과 2006년까지만 해도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분기별로 20만호가 넘었지만 2007년부터는 7만~9만호로 줄었다. 2009년 이후 부동산 부양 대책으로 반짝 거래가 늘었지만 다시 위축된 상태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압력이 가중되고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이 반영되면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연령대별 부동산 자산 증가액에 연령대별 가구수 증감분 추계치를 곱해 부동산 구매력 지수를 계산했더니 2010년부터 가파르게 추락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구매력 지수는 2000년을 100으로 할 때 2010년에는 91.5, 2020년이면 67.2, 2030년이면 24.4로 줄어들게 된다. 2000년에는 5억원짜리 집을 100가구가 살 수 있었다면 2030년에는 24가구 밖에 살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선 소장은 부동산 거품 붕괴가 향후 3년이 고비라고 경고한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PIR은 이미 6배가 넘는다. 수도권은 9~10배에 이른다. 일본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 때 PIR이 4.8~6.5배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거품 정도를 실감할 수 있다. 선 소장은 “남아있는 문제는 폭락하느냐, 비교적 서서히 하락하느냐”라면서 “세계 경제위기의 파장이 커지고 정권교체기인 2012~2013년이 위험하게 느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0% 성장률 충격이 머지 않았다는 경고도 섬뜩하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유엔 188개 회원국 가운데 186위다. 저출산 고령화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고령화 속도다.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미국은 94년, 독일은 77년, 일본은 36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26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201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5.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25년이 되면 2.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선 소장은 “양적인 경제성장은 경제활동인구×1인당 생산성에 좌우되는데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2020년이면 0에 가까워진다”고 분석했다. 기술혁신이나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2020년이면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복지재정 지출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고 노인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10년 뒤의 일이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변화와 충격에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다. 

세계경제 환경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유로존 부채 위기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미국경제도 계속 흔들리고 있다. 미국경제는 2008년부터 10년 가량 저성장 내지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국의 부동산 거품까지 꺼지기 시작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선 소장은 “더 늦기 전에 속병을 치유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선 소장은 일본처럼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보다 중하류층이 두터워지는 개미허리 사회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지금 추세가 10년 동안 지속될 경우 한국경제는 사회경제적 계층이 고착되고 경제적 활력과 역동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사회가 된다”면서 “상위 10~20% 구간의 사람들은 지금과 비슷한 삶을 살겠지만 나머지 80%의 삶은 결코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특히 30`40% 이하의 삶은 매우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글로벌 호구”라는 비난을 받았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충격도 걱정거리다. 한EU FTA 발효 4개월 만에 흑자규모가 37억달러나 줄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칠레 FTA 이후 우리나라는 칠레와의 교역에서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선 소장은 “재벌 대기업들에 유리한 방식으로 수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가계의 실질소득은 뒷걸음치고 양극화가 극대화되는 괴물경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이 부동산 거품을 뺄 때 집값을 올리고 가계부채를 키웠으며 건설업체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나라가 아닌가. 중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정체했고 재정과 금리, 부동산 규제 등 각종 제도적 부양책도 이미 거의 소진한 상태다. 따라서 내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졌을 때 가계부채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락할 수 있고 구조조정을 미뤘던 건설업체와 저축은행 등도 추가 도산할 수 있다. 세계경기 침체로 실물경기도 위축될 수 있다.”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선 소장이 “한 방 신화는 없다”고 경고하는 것도 흥미롭다. 선 소장은 댑팩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국가가 단기적인 정책으로 경제성장률을 오르내리게 할 수 있지만 긴 흐름에서 한 국가의 성장 한계를 좌우하는 심층요인이 있다는 이야기다. 선 소장은 이 심층요인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발전으로 도달할 수 있는 지점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선 소장은 “그래도 해야 할 일은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부동산 부양책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부동산 하향 안정화 유도책을 쓰며 고환율 저금리 기조를 수정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원론에 가깝지만 그것이 정공법”이라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면 “가계 스스로가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고 빚을 내서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